5월 31일 금~6월 6일 목요일까지 6박 7일 묵을 숙소는 에어비앤비 아파트를 얻었다. 두오모에서 트램을 이용해 2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조용한 밀라노의 동네에 자리하고 있다. 옷장에 옷정리해 놓고 욕실에 화장품까지 배치해 놓으니 이제부터가 진정한 유럽 한달살이가 시작된 느낌이다.
1. 시중심(두오모)에서 아파트 찾아오는 길
밀라노 도착 첫날 밀라노 버스터미널(Lampugnano)에서 빨간 선 지하철을 타고 두오모(Duomo) 역에 내려 트램으로 환승을 했다. 사실 다른 라인은 파업을 해서 더 탈 수도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첫날 스위스에서 산 우산을 쓰고 트램을 기다린다. 지하철을 탈 때 3일 티켓을 끊었기 때문에 따로 트램표를 살 필요가 없었다. 우리가 얻은 아파트에 다니는 트램은 24번으로 VIA QUARANTA에 내려야 했기에 VIGENTINO행 방향으로 탑승을 했다. 20분 정도 후 트램에서 내려 성당이 보이는 곳까지 동네로 들어가면 (도보 5분) 바로 성당 앞에 아파트가 있다. 시간마다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참 듣기 좋은 조용한 동네였다. 성당의 종소리가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나중에 보니 트램 24번은 우리의 마을버스와 같이 친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두오모에서 집까지 자주 걸어 다녔는데 도보 40분 정도 걸린다. 어느 날은 걷다 중간에 힘들면 다시 지나가는 24번 트램에 올라타고 하던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을 듯싶다.
반대로 집에서 두오모에 나오거나 근처 시중심에 나올 때는 PIAZZA FONTANA역에서 내려 코너만 돌면 바로 두오모의 웅장한 모습이 보인다. 매번 갈 때마다 두오모는 비현실적이었다. 아직도 귀에서 폰타나하던 특유의 음률이 섞인 안내방송이 들리는듯하다. 그립다. 밀라노.
우리가 묵었던 아파트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두오모를 미치지 못한 CROCETTA역이다. 밀라노에 머물면서 바레나(꼬모) 호수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타야 해서 이용했었다. 그리고 마지막날 체코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버스가 있는 센트럴 기차역을 가야 해서 이용했던 지하철 역이다.
2. 유럽의 가정집 엿보기. byMi아파트
에어비앤비를 통해 얻은 byMi는 밀라노 시중심을 벗어난 지역이라 꽤 저렴하게 얻을 수 있었다(6박 7일.₩780.194) 오히려 시중심이 아니어서 더 좋았던 결정이었다. 밀라노를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진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데 큰 기여를 한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만족도 9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밀라노에서 더 묵고 싶었지만 아파트가 뒷날에 예약이 되어 있어서 못했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그렇고 해서 체코로 더 일찍 넘어오게 되었다. 이 숙소의 정확한 주소는 Piazza Enrico Chiaradia,12,20141 Milano Mi Italy. 며칠 후 조카는 이 주소로 아침에 배달을 시켜 먹었다. 대단한 요즘 젊은이다.
도착한 당일 호스트가 직접 아파트 소개를 해 주었다. 대게는 비대면으로 하던데 여권도 직접 사진을 찍고, 아마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지도 모르겠다. 이 아파트는 참 특이한 구조다. 개조를 한 것인지는 몰라도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문이 또 두 개가 있다. 다른 쪽 방은 studio라고 쓰여있고, 우리 쪽 방은 아파트라고 적혀있다. 딱 원룸형 아파트이다. 싱크대에 소파형 침대. 옷장. 화장실 겸 욕실. 그리고 1인용 탁자와 발코니. 있을 건 다 있다.
처음에는 소파가 있는 거실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나중에 보니 소파를 펴놓은 모습과 헷갈린 모양이다. 주방에는 식기와 간단한 조미료 그릇 세정제 그리고 올리브 오일까지 있어 머무는 동안 얼마나 유용하게 썼던지. 커피와 차종류도 준비되어 있다. 욕실 또한 샴푸, 바디클렌저. 핸드워시가 있는데 좀 전 숙소 만족도에 99%를 준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용품들이 거의 채워지지 않아 아슬아슬하게 사용했던 부분이 아쉬웠다. 더 욕심이라면 발코니에 어닝만 있었어도 더 감성 숙소가 됐을 텐데 햇빛 때문에 많이 못 앉은 게 아쉽다.
그래도 워낙 깨끗하고 편했다. 특히 욕실이 넓고 깨끗한 게 너무너무 맘에 든다. 욕실과 방사이의 작은 공간은 빨래걸이와 다리미판이 놓여 있어 그것 또한 잘 썼다. 참 욕실의 변기옆 또 하나의 변기 같은 곳은 뭐 하는 용도인지 모르겠어서 사용을 안 했다. 수도꼭지가 있어 빨래를 하는 곳인 거 같기도 하고 도통 모르겠다. 침대소파를 접었다 펴기 귀찮아서 탁자를 옮겨놓고 우린 머무는 내내 펴놓고 사용하는 바람에 공간은 조금 좁은듯했지만 모든 게 좋았다. 참 벽걸이형 티브이에 넥플릭스를 접속해 저녁마다 굿닥터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한 기억도 좋았고, 성당 종소리도 좋았고, 밀라노에서의 1주일은 내 인생의 선물이었다.
3. 한국과 다른 문화
유럽은 1층이 우리가 생각하는 1층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엘리베이터 1층을 E라고 사용하고 이곳 밀라노는 0이다. 그래서 우리가 거주한 2층이 1층이 되는 것. 엘리베이터 1번 버튼을 눌러야 2층으로 간다. 또 유럽의 엘리베이터에는 닫힘 버튼이 없다는 것 도한 한국과 다르다. 밀라노는 아직도 열쇠를 사용한다. 아파트입구 현관과 우리 집 현관 또 방문해서 3개의 키를 들고 다녀야 하고 모두 3번씩 돌려 열고 닫아야 하는 건 좀 번거롭다. 이건 별개의 얘기지만 생각보다 유럽에서는 신호등을 무시하기도 하고 아무 데서나 무단횡단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건 어찌나 편하던지. 무단횡단하는 우리를 운전자가 지나가라고 손짓으로 양보도 잘해주는 것도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범법행위인 것을 밀라노에서는 아무도 눈치를 보지 않는다.
밀라노에서도 220V코드가 맞아서 한국에서 쓰던걸 그대로 사용한다. 하지만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는 점을 고려해 보조 배터리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첫날 호스트분께서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법도 말씀해 주셨는데 아파트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냥 깨끗이 분리만 해놓고 연락했더니 놓고 가라 하셨다. 꼭 다시 밀라노를 방문한다면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안락하고 내 집같이 너무 편안했던 밀라노의 좋은 기억 중의 하나로 남는다. 참 와이파이 패스워드가 좀 복잡할 뿐이지 인터넷도 겁나 빠르다.
'유럽에서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유럽여행 레스토랑에서 주문과 계산 에티켓(자릿세.팁.서비스비용) (1) | 2024.06.13 |
---|---|
10.밀라노에서 꼭 먹어야할 음식(젤라또,피자,살라미와 식전주 스프리츠) (0) | 2024.06.13 |
8.밀라노 대중 교통 이용 팁.지하철,트램,공항버스 (0) | 2024.06.11 |
7.취리히에서 밀라노로 유럽 장거리 버스 Flix bus 후기.주의점.트램표.green mormot호텔 (0) | 2024.06.10 |
6.그림엽서를 펼쳐놓은 취리히 볼거리,대형슈퍼coop.스타벅스,물가 (0) | 2024.06.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