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1일 금요일 am9:5분 밀라노행 그린색 로고가 선명한 flix bus에 탑승해서 4시간 후인 pm1:10에 밀라노 버스 승강장에 내렸다. 버스로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4시간의 여정 또한 훗날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여행의 한순간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4시간의 파노라마 자연 다큐를 본 느낌이랄까?
1. 스위스와의 눈물겹도록 아쉬운 작별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하룻밤만 묵으면 되기도 하고 숙소가 웬만하면 30만 원대를 훌쩍 넘어가기 때문에 편안히 잠만 청하자 해서 얻은 곳이 Green marmot capsule 호텔(1박 2인실 ₩147.293)이었다. 말로만 듣던 캡슐호텔을 내가 이용하게 되다니 이것 또한 여행의 묘미다 싶었다. 처음엔 나 혼자였다면 엄두도 못 냈겠지만 어린 조카가 있어 한번 경험해 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침구 모양이 이름처럼 캡슐모양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닌 일반 2인 베드로 너무 쾌적하고 커튼을 치면 아늑해서 상상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성향이 조그만 다락방 같은 공간을 좋아하는 것도 큰 몫을 하는듯싶다. 그 성향이 또 공교롭게도 날 닮아 조카랑 둘이 얼마나 좋아했던지~거기다 밤새 빗소리까지 들리는 것이 우리에겐 완벽한 하룻밤이었다.
Green marmot capsule 호텔은 중앙역에서부터 취리히 리마트강변을 따라 20분 정도 쭉 걸어 올라가면 된다. 호텔입구부터 이뻤다. 프런트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체크인을 한 뒤 프런트 옆쪽으로 캐리어나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는 캐비닛에 가방을 보관했다. 물론 우리가 예약했던 호실과 같은 번호였고 카드 잠금장치가 되어있다. 그 맞은편 복도에 여자와 남자가 구별된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는데 진한 카키색의 디자인으로 너무 깨끗해서 놀라기도, 안심되기도 했다. 그 샤워실 공간에는 샤워 타월과 드라이기가 구비되어 있다. 나머지 세면도구는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밤 12시부터 새벽까지는 프런트에 사람이 퇴근한 상태라 오전 일찍 호텔을 나올 때 카드는 프런트 앞 우편함에 넣고 퇴실하면 된다.
Tip: 스위스의 전압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230V이지만 한국의 220V전기 코드를 그대로 꼽아 사용할 수 있다.
2. 스위스 취리히 FLIX BUS 타기
유럽 자유여행을 하게 되면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게 유럽 횡단 고속열차나 유럽 장거리 버스인 플릭스 버스/flix bus 그리고 유럽을 오가는 저가항공 easy jet이다. 기차를 이용해 프랑크 푸르트에서 스위스로 (4시간 소요) 왔고 , 이번엔 스위스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동하기 위해 플릭스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FLIX bus는 유럽 내의 35개국 2500개 목적지를 매일 연결하는 유럽의 저렴한 버스이다. 네이버 웹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을 할 수 있고 출발 30일 전까지는 무료취소가 가능하다.
취리히의 플릭스 버스 타는 곳은 중앙역에서도 도보로 10여분 더 가야 하기 때문에 숙소로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트램을 타기로 했다. FLIXBUS Haltestelle(Lagerhausstrasse 18.8400 Winterthur.Zurich Switzerland ) 트램 티켓은 트램 정류장(zurich, Helmhaus)에 있는 티켓 박스를 통해 구입가능하다. 우리는 싱글 티켓 30분짜리를 2.80Fr/₩ 4.200원에 구입했다. 유럽의 트램 티켓은 정류장마다 금액이 책정되는 형식이 아닌 30분 1시간, 9시간, 24시간 원데이 티켓으로 구입할 수 있다.
Tip:플릭스 버스요금은 성인 요금과 청소년 요금에 차이가 있다. 청소년 요금은 25세까지.(취리히 >> 밀라노 2인 48.95€ / ₩73.425) *어차피 좌석 지정은 없으니 절대 돈을 더 지불하고 예약하지 말 것.
플릭스 버스 타는 곳 맞은편에 스타벅스가 있어 대기 시간에 커피와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버스 터미널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안내 전광판도 의자도 없다. 그저 버스만이 드나드는 공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타벅스에 앉아 있다가 내가 타야 할 버스시간에 나가서 직접 버스확인을 하고 타는 심플한 시스템이다. 어느 시골 마을의 버스 정류장 같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게 재밌다. 우리한테나 국경을 넘는 게 특별하지 유럽인들에게는 별일이 아닌 것이다.
3. 플릭스 버스로 밀라노까지 환상적인 4시간의 여정
이번 유럽 여행에서 한 가지 잘한 일중에 손에 꼽으라고 한다면 스위스 밀라노 간 플릭스 버스를 탄 일이다. 버스는 오전 9시 5분에 정확히 들어왔고 버스 운전사분이 직접 내려와서 티켓과 여권을 확인하고서 짐을 실어 주신다. 도난의 위험은 전혀 없는 것이 밀라노에서 내려 직접 캐리어를 내려가면 된다.
버스는 2층 버스로 우리는 2층 앞 좌석을 몇천 원을 더 주고 지정했다. 하지만 막상 타보니 그 좌석은 번호자체가 없었고 맨 앞 좌석은 이미 스위스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다. 우리 번호라면 비켜달라 할 텐데 교묘하게 우리 좌석의 번호는 없었던 터라 뭐라 말도 못 하는 실정. 아주머니는 전혀 비켜줄 의향이 없어 보이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더니 어쩔 수 없다면서 그냥 너희에게 아무 곳이나 앉을 수 있는 선택권을 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괴변을 쏟아냈다. 직접 예약을 했던 조카는 분해서 이내 빈 좌석에 앉아 눈물을 쏟아낸다.
마음을 가다듬고 빈 좌석에 앉고 보니 의자가 정말 편했다. 비행기보다도 편한 좌석에 충전을 할 수 있는 코드까지 있다. 물론 화장실도 있지만 버스이다 보니 위생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출발하고 1시간 정도 스위스의 산맥을 올라가기 전에 휴게소에 한번 정착을 한다. 마지막 기회이니 그림같이 예쁜 휴게소에서 정비를 꼭 해야 한다. 화장실 이용료는 1€ (₩1.500원)이다.
취리히를 뒤로하고 처음 출발을 하고선 휴게소까지는 스위스의 평온한 농가들의 초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역시나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예쁜 목조 건물들과 풀밭을 거니는 양 떼나 소가 평화롭게만 보이는 풍경이다.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휴게소에서부터 펼쳐지는 풍경은 조금씩 산중의 산장들과 강이 펼쳐졌다. 이곳에서 한 달만 살면 아무리 지독한 암세포라도 말끔히 치료되겠다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맑은 곳이 한참 펼쳐진다.
한참을 또 달리니 운전기사분의 안내가 시작된다. 이곳부터는 험난한 길이 시작된다더니 정말 스위스 산맥을 빙빙 돌면서 오르는데 아슬아슬 곡예를 하는 운전기사님께 상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 든다. 월급을 얼마나 받으시길래 이렇게 위험한 운전을 하실까 궁금하기도 하고 월급을 더 많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산을 오르고 올라 이내 바뀌는 풍경들. 산 중간중간 하얀 것이 보이길래 저게 설마 누일까?? 의심을 하는 순간 옆에 조카는 플라스틱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까이서 봐도 꾀나 단단하게도 보여 플라스틱을 덮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왜 이런 산중에 플라스틱을 덮었겠어하는 순간 의심의 여지없이 설산이 펼쳐진다.
눈을 의심할 정도로 사람 키정도 두께의 눈이 쌓여있는 것이 보고 또 봐도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또 설산을 1시간은 족히 횡단을 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눈은 피곤한데 단 1초도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계속 새롭게 펼쳐지는 파노라마 같은 풍경을 지금 아니면, 또 이 버스를 타지 않았다면 언제 경험할 수 있었겠는가? 두 번째로 여행 루트를 짠 조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순간이었다.
조금씩 눈의 모습은 사라지고 또다시 선녀가 살법한 어느 깊은 산골마을이 병풍처럼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요새처럼 폭 안겨있었다. 그 마을 중심에 있는 호수는 파랗다 못해 옥색을 띠며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이 산중에 마을이 형성이 됐을지 신기할 따름이다. 산을 내려와 평지가 보이면서 건물 모양이 또 바뀌는 걸 보니 스위스를 벗어나 이탈리아로 들어왔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감성이 다를 수 있을까 독일에서 스위스로 넘어올 때 경험했던 것처럼 이탈리아 또한 스위스의 감성과는 확연히 달랐다. 결코 4시간의 여정이 지루하지 않은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기분이랄까? 정말 고민하는 분들께 강추하는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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