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폭망 해버린 뮌헨 여행(동성연애자 페스티벌.지갑 부재.독일 일요일 휴무)
한 달 동안 머물렀던 유럽 여행기도 이젠 단 이틀이라는 시간밖에는 남지 않았다. 어제 뉘른베르크에서 뮌헨으로 넘어와 old town에서 저녁을 먹은 후 바로 호텔로 들어왔기 때문에 오늘은 본격적으로 뮌헨을 둘러보기로 하고 뮌헨 중앙역으로 향했다.
1. 이게 무슨 일이야?? 동성연애자 페스티벌이라니
지하철을 이용해 뮌헨 중앙역(Hauptbahnhof)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니 온 시내가 시위라도 하는 듯 북소리에 음악소리에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길 건너 칼광장 쪽을 바라보니 사람들로 꽉 찬 거리의 모습뿐만 아니라 오픈 트럭 위에서 빽빽이 들어찬 사람들이 다소 난감한 복장들을 하고 춤을 추면서 지나가고 있다. 뭐지? 이 난리통은?? 물음표를 가득 안고 상황판단을 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니 토요일인 오늘(6월 22일)은 동성연애자들의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미처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터라 난감할 수밖에. 동성연애자들은 뮌헨의 올드타운 마리엔 광장부터 칼 광장까지 어디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때론 경찰들과 대치상태로 있다 어느 순간 뒤엉켜 싸우기도 하고, 이곳저곳 크고 작은 무대에서는 그들만의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눈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모르게 애정행각을 여기저기서 하고 있다.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라고 해야 할 정도로 난장판이었다. 호텔에서 나온 지 반시간도 되지 않아 이미 기가 다 빨려 빨리 밥 먹고 들어가자고 결론을 내렸다. 어제 잠깐 지나갈 때까지만도 이런 행사가 오늘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꿈에도 몰랐다.
우리가 뮌헨에 머무는 시간은 6월 21일~24일 3박 4일이지만 21일 금요일은 오후에 도착을 해서 올드타운 광장에서 밥만 먹은 것밖엔 없고, 결국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밖에는 시간이 없는데 그중 토요일은 이미 망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분위기라 소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는 현실이다.
2. 뮌헨 맛집 hans im gluck 버거 그릴바 한스
소음을 피해 들어간 곳은 버거 그릴바 한스이다. 뉘른베르크에서도 지나가면서 몇 번 봤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먹어보지 못한 곳이라서 낯설지 않게 선택한 점심 메뉴이다. 도로 쪽으로 마련된 야외좌석은 너무 시끄러워 안쪽으로 들어가 앉기로 했다. 근데 이 버거집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았다. 겉에서 볼 땐 전혀 예상 못했던 힙한 분위기에 놀랬다. 버거집이지만 톤 다운된 조명에 bar가 있어 더 힙한 느낌이고 매장 전체를 대나무로 꾸며놓고 음악과 웨이트리스까지 클럽을 연상케 하는 그런 곳이었다. 물론 그릴 버거와 샐러드 고구마튀김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근데 오늘 주위를 다 둘러봐도 하나같이 동성연애자인 거 같아 보인다. 또한 뉘른베르크에서는 노인분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곳 뮌헨은 확실히 대도시답게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다 같은 현실일 것이다.(가격 정보:클래식 치즈버거 10.50€/버섯과 구운 야채. 트러플 마요네즈를 곁들인 샐러드 14.90€/고구마튀김 6.90€/와이트와인과 바질 민트음료 6.50€. 5.5€/total 44.70€☆₩67.000)
3. 황당한 독일의 일요일과 지갑부재, 자릿세 제대로 받는 카페
토요일 일정을 망쳐먹고는 일요일 오전 다시 뮌헨 시중심으로 향했다. 마지막 남은 유럽여행의 하루를 꽉 채우기 위해, 어제 못다 한 관광을 해봐야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었다. 독일은 로마 가톨릭 국가로 일요일은 모든 상점이 휴무인건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유명한 관광지는 예외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나는 역시나였다. 뮌헨 시중심의 모든 상가는 거짓말처럼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이럴 수가~마지막 날인데. 그 대신 일요일 실제로 예배드리고 있는 교회를 처음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관광으로만 빈 교회를 들어가 구경했지만 실제 예배를 드리는 교회라니, 들어가 보니 웅장한 교회 내부에 입구까지 사람들로 꽉 차있고 엄숙한 분위기라 카메라를 켜기도 조심스러웠다. 뒤편에 서서 조용히 간단한 기도를 드리고 나왔다.
그래도 어딘가에 오픈한 식당이 있겠지 싶어 구글 지도를 켜고 찾아간 곳은 광장 뒷골목의 일식집이었다. 이상하게도 이곳 뮌헨은 한식 레스토랑도 그렇고 이곳 일식 레스토랑에도 베트남 청년들이 주방과 홀에서 일을 하고 있다. 뮌헨 물가 비싸다 비싸다 해도 우리 같으면 서비스로 줄법한 저 미소 탕 한 그릇에 6천 원이라니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싶어 같이 주문했다. 연어 bowl과 udong, 튀긴 만두까지 알차게 먹어치우고는 계산을 하려는데 우리 둘 다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건 꿈일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앞이 캄캄해졌다. 잠시 둘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이것저것 생각해 낸다. 카운터에 카드번호가 있는데 결재하는 방법이 있는지, 송금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안된다는 대답뿐이었다. 방법이 없다. 둘 중 한 명은 호텔에 다녀오는 수밖에. 하지만 우리 호텔은 왕복 두 시간이나 걸리는 만만치 않은 거리였고, 지하철에 버스까지 갈아타야 하는 위치였다.
이제껏 한 달을 여행하면서 트래블 월넷 카드 하나로 문제가 없었기에 비상용 카드하나 가방에 넣어두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거기다 나오는 길에 지하철표는 핸드폰으로 구입을 해서 이동 중간에도 지갑을 어제저녁 가방정리하면서 옷걸이에 잘 걸어두었던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정말 미친 짓을 한 거였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건 현실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일행이 여행 내내 교통편을 사 왔기에 갈 수밖에 없었다. 난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시방석에 앉은 채로 레스토랑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기다리다 지쳐 뒤통수도 따갑고 해서 커피라도 한잔할까 하고 메뉴를 살펴보니 커피는 없고 꿀 레몬 생강차가 있어 한잔 주문했다. 이내 나온 차는 그냥 맹물에 생강을 채를 썰어 넣은 것뿐 아무 향도 맛도 나질 않는다. 거기다 컵은 이가 다 빠진 상태로 서빙되었고 이게 맞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인종차별을 받는 건가 싶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억울해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참고로 생강차는 5€정도 했던 걸로 기억이 나고 총 식사값으로 계산한 금액이 거의 47€(udong 16.9€/연어 볼 13.9€/튀긴 만두 6€/미소탕 5€/생강차 5€) 한화 70.000원이다.
1883년부터 영업을 해온 카페 카이저 슈마론은 시청사를 내려다볼 수 있게 조금 높은 곳에 루프탑으로 만들어진 카페이다. 우린 점심을 일식으로 먹고 지갑 부재라는 살 떨리는 경험을 한 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카페를 찾다 찾다 들어간 곳이었다. 유럽에서의 마지막 커피타임을 위해 조금 감성 있는 곳을 가고 싶었지만 뉘른베르크와는 다르게 뮌헨에서는 그런 느낌 있는 카페는 찾기 쉽지 않았다. 5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이곳 또한 매장의 반은 이미 정리를 하는 중이고 해서 한쪽에 얌전히 앉았다. 매장 한편은 전쟁을 한바탕 치른 듯 빈그릇과 컵들이 미처 치우지 못하고 수북이 쌓여 있었다. 라테 두 잔에 치즈케이크를 하나 시켰더니 둘이서 케이크하나가 작다는 말을 하신다. 괜찮다고 하니 가져다 주신 케이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사이즈의 케이크로 전혀 작지 않았고 라테 또한 실망스럽게도 전자동 기계로 그냥 내려주는 것이다. 뮌헨의 올드타운을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을 갖고 있는 이 카페는 그저 최고의 뷰값을 받는 곳이었다.
분위기상 일어서야 될 거 같아 계산을 해달라고 손을 들었더니 웨이트리스 아주머니가 팁을 같이 계산해도 되냐고 물어 오신다. 뭘 서비스해 주셨다고 하는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눈으로 레이저를 어찌나 쏘시던지 19%의 서비스비를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라테 5.40€×2. 치즈케잌 5.90€ .total 16.70€/ ₩25.000 + 팁 19%) 성의 없는 메뉴에 시장바닥 같은 분위기에 서비스비까지 받았던 이 카페는 솔직히 비추천이다. 그렇게 우리의 3박 4일 뮌헨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폭망하고 말았다.